큰 가수, 큰 인물 故 현미
현미는 저 옛날 무대에 등장하던 바로 그 순간에 존재적으로 역사성을 획득했다. 세월이 흘러 나중에 그 가치와 위상을 부여받은 것이 아니라 '밤안개'로 한국 가요계에 글로리를 제공한 그 1962년에 이미 그는 단지 가수가 아니라 '새 시대를 알린 가수'로 찬란한 스타트를 끊었다. 트로트만이 있던 그 시대에 한국 가요계는 현미를 비롯한 미8군 출신의 가수들에...
View Article독자적인 정통파, 아이브
하나같이 차별성을 내세우는 4세대 아이돌 전쟁터에서 마찬가지로 '우린 달라'를 외치는 아이브는 역설적으로 가장 정통파 걸 그룹에 가깝다. 뮤직비디오와 무대 위 화려한 비주얼, 확실한 센터 포지션 때문이기도 하나, 음악적으로도 그렇다. 타이틀곡 'I am'이 완벽한 예시다. '초통령' 지위에 오르게 된 요소인 확실히 꽂히는 멜로디를 유지한 채 편안한 청취를...
View Article4월 넷째 주 이주의 싱글 - 빌리, 카드, 보수동쿨러
빌리(Billlie) 'Eunoia'영리한 전략을 곡 전반에 섬세하게 깔아 놓아서 들여다볼 만한 구석이 많다. 어느 순간에도 음악적 대조를 놓지 않는 것이 이 곡의 장점이다. 초반부 멜로디에선 당김음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긴장감을 표현하면서 따뜻한 톤의 화성으로 안정감을 구축하고, 반복된 사운드에 지루함이 찾아올 즈음 형식의 변화로 몰입감을 연장한다. 많은...
View Article5월 첫째 주 이주의 싱글 - 켈리 클락슨, 바밍타이거, 김완선
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 'Mine'켈리 클락슨의 정규 10집 <Chemistry>의 발매를 알리는 신호탄이 울려 퍼진다. 'Mine'과 'Me', '나'를 전면에 내세운 선공개 곡의 목적은 뚜렷하다. '내 심장을 이용했던' 이에게 전하는 확실한 이별 선언이자, 관계 사이에서 방치되어 있던 자아의 획득과 치유. 지난한 사투 후에...
View Article강허달림은 강허달림의 음악을 한다
'달림'이란 이름처럼, 음악만 보고 달려왔던 만큼 스스로를 돌볼 시간이 부족했다. 늦은 나이에 데뷔한 가수 강허달림은 2013년 만혼(晩婚)의 시기에 배우자와 아이를 맞이했고 몇 년 뒤엔 인연의 출발지인 제주도로 거처를 옮겨 살뜰히 가정을 꾸려 나갔다. 모든 날이 행복으로 물들진 못했다. 딸을 거울삼아 돌아본 회고의 육아 기간은 창작이 불가할 정도로 삶의...
View Article퍼스널 컬러를 낼 줄 아는 아티스트, 지올 팍
중성적인 목소리와 과장된 창법으로 고유의 연극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지올 팍은 자신의 음악뿐만 아니라 참여하는 여러 작업물에서 특유의 색깔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독자 노선을 다져가던 그에게 2021년 발매한 <Syndromez>는 커리어의 분기점이었다. 믹스테입과 싱글 단위에서 보여줬던 독특함을 성공적으로 첫 정규 앨범에 이식했고, 덕분에...
View Article세기의 음악 위인 해리 벨라폰테
재즈 거목 마일즈 데이비스와 존 콜트레인 전기문을 펴낸 작가 애슐리 칸은 2005년 해리 벨라폰테의 컴필레이션 앨범 라이너 노트에 이렇게 썼다.포크 뮤직 경연 붐과 흑인 공민권운동 행진이 있기 수년 전에, 그리고 월드 뮤직 붐이 도래하기 수십 년 전에 (이미 그것들을 전파한) 해리 벨라폰테가 존재했다.그가 말한 1950년대를 강타한 모던 포크, 흑인 저항...
View Article5월 셋째 주 이주의 싱글 - 에스파, 류수정, 더 보울스
에스파(aespa) 'Welcome to my world (Feat. nævis)'비로소 문제의식에 도달한 것일까, 아이브, 르세라핌, 뉴진스의 유례 없는 동반 상승으로 걸그룹 간 어깨싸움에서 밀려난 에스파(aespa)가 그들의 상징과도 같은 차가운 기계 무장을 벗어던진다. 'Savage', '도깨비불', 'Girls'에서의 과격함은 내려놓고 그 자리를...
View Article박재정, 고독 속에서 기록되어진 감정들
스트링과 밴드 합주 위에서 이별의 책임을 비겁하게 떠넘기는 '헤어지자 말해요'. 친숙한 기승전결을 취하면서도 본인만의 개성과 역량을 표출한 양질의 발라드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오디션 우승자'란 칭호가 무색할 만큼 빛을 못 봤던 10년 차 뮤지션 박재정에게도 드디어 대표곡이 생겼다.타이틀곡의 인기에 이끌려 앨범의 다음 페이지를 들췄다면 그의 기획 의도에...
View Article어거스트 디, 날카롭지만 할퀴진 않는
팀 동료 알엠의 솔로 활동이 여러 인디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특유의 지적인 면모를 강조했다면, 슈가의 또 다른 자아 어거스트 디의 그것에 온기는 없다.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날 서 있고, 세다. 래퍼로서의 인정에 목마른 듯 그간 두 장의 믹스테이프를 발매해 왔으며 <D-DAY>는 그의 첫 번째 정규작이다.힙합에 대한 열띤 연구와 현대적인 감각이...
View Article피프티 피프티 'Cupid'가 영미 차트에 명중한 이유
피프티 피프티의 고공 행진이 계속된다. 2022년 11월 내놓은 데뷔 음반 <The Fifty> 이후 발매한 첫 번째 싱글 'Cupid'의 이야기다. 이제 데뷔 6개월 차에 접어든 신인 그룹에, 국내에선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지만 해외 차트에서 먼저 이 곡을 알아보고 상위권에 올렸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 발, 바이럴이 인기의 핵심...
View Article제시 웨어 That! feels good!
꾸준하다. 2012년 데뷔작 <Devotion>을 발매한 삼십팔 세 싱어송라이터는 5장의 정규작을 모두 UK 앨범 차트 10위안에 올렸고, 섬세한 편곡으로 작품성을 공인받았다. 오는 7월 발매 예정인 블러의 아홉 번째 음반 <The Ballad Of Darren>의 프로듀서 제임스 포드와 합작한 신작 <That! Feels...
View Article그룹 '오마르와 동방전력' 리더 오마르의 음악
어느 무더운 여름. 썬크림 보호막을 뚫고 따갑게 내리쬐는 태양 빛을 속절없이 맞아 지쳐갈 때 이런 날씨에 잘 어울리는 음악을 우연히 들었다. 그 순간, 서울의 아스팔트는 어느새 사하라 사막이 되었다. 마치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밴드 '오마르와 동방전력'은 그렇게 오아시스처럼 불현듯 나타나 대중에게 독특한 경험을 선사했다.싱글 'Sunshine'을...
View ArticleIZM이 선정한 추억의 데뷔 앨범 리스트 18
언스플래쉬누구에게나, 무슨 일에나 '처음'은 존재한다. 그리고 소중하다. 뮤지션도 마찬가지다. 한두 개의 앨범을 남기고 사라져간 원 히트 원더든 꾸준한 커리어를 기록한 아티스트든 세상에 내놓은 첫 작품이 가지는 아우라는 분명 남다르다. 설익은 어색함과 미숙함, 가슴을 가득 채운 열정과 풋풋함, 그리하여 신인만의 패기! 데뷔작만이 지닌 특별한 가치다.이번...
View Article박정현, 노래를 통해 대중과 감성을 연결짓다
데뷔 25주년을 맞아 정규 음반을 발매한 박정현은 소회가 가득했을 감정의 갈무리를 <The Bridge>라는 제목으로 담아냈다. 오랜 기간 활동한 베테랑 가수지만 이 앨범을 분기점으로 삼아 내일을 희망하겠다는 의지다. 또한, 가수의 음악을 지탱해왔던 가창력이라는 음악적인 자산을 놓지 않으며 그동안 함께한 팬들의 기대에 너끈히 부응한다. 박정현은...
View Article6월 둘째 주 이주의 싱글 - 폴킴, 두아 리파, 드림캐쳐
폴킴 '한강에서 (Feat. 빅 나티)''모든 날, 모든 순간 (Every day, every moment)'와 '너를 만나'의 연이은 히트에 이문세와 변진섭, 성시경으로 이어지는 한국 발라더 계보에 이름이 거론될 정도였다. 흡인력 있는 음색과 가창에 2020년대 초반 발라드 왕좌는 폴킴의 차지였다. 선율감이 빼어난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한 그는 '비'와...
View Article6월 셋째 주 이주의 싱글 - 윤석철·세진, 너드커넥션, 메타.
윤석철, 세진 '칵테일 파라다이스'처음 본 사람과 친구가 되고, 숨겨왔던 진담을 꺼내고, 연애가 시작되고... 술은 각종 마법을 부린다. 평소 각별한 술 친구인 재즈피아니스트 윤석철과 옥상달빛 세진이 만든 '칵테일 파라다이스'는 이런 술의 신비와 기쁨이 오롯이 담았다. 즐겁게 업되다가 끝내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환상적인 순간, 흔들리고 뒤엉키는...
View ArticleIZM과 함께하는 2023 서울재즈페스티벌 복습
어느덧 15회를 맞은 서울재즈페스티벌은 올림픽 공원의 접근성 높은 위치와 팝과 장르 음악을 아우르는 라인업으로 국내를 대표하는 음악 축제가 되었다. 풍성한 시각적 요소와 활기 넘치는 브랜딩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MZ세대와 맞물려 파급력을 드러냈다. 5월 26일 금요일부터 5월 28일 일요일까지 진행된 공연의 폭우 속에서도 관중들은 아티스트들에게 열띤...
View Article록 밴드 스파크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독자성
<베이비 드라이버>(2017)를 연출한 영국 영화 감독 에드가 라이트의 다큐멘터리 장편 <더 스파크스 브라더스>(2021)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별난" 밴드다. 단 한 차례도 정상급 인기를 얻지 못했으나 개성만점 음악으로 반세기를 '버텨'온 미국 록 밴드 스파크스 이야기다. 토드 룬드그렌이 프로듀싱한...
View Article마음 가는 대로, 눈치 볼 것 없이! 록스타 김뜻돌
사진 제공 : EMA음악 안에서 자유로운 사람을 만났다. 이 '자유로움'이 처음 김뜻돌이란 뮤지션을 알게 된 후 지금까지 가장 나를 (혹은 우리를) 사로잡은 키워드다. 자유로운 아티스트 김뜻돌. 변화와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김뜻돌. 여기까지만 보면 누구나 쉽게 덧붙일 수 있는 수사인데, 그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자신의 '완벽주의 성향'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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