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 블러드가 가져온 로큰롤 태풍, Typhoons
영국의 록 듀오 밴드 로얄 블러드는 블루스, 개러지 록의 현주소이자 미래다. 2014년 발매한 셀프 타이틀 데뷔작과 2집 <How Did We Get So Dark?>에서 습득했던 격렬한 리프의 예술은 단순으로 치부할 수 없는 핵심적인 자산이다. 최근 몇 년간 유수의 록 페스티벌에서 폭발적인 라이브 실력까지 선보이며 고공비행 중인 그들은 3번째...
View Article찬란한 무지개 별빛 하늘에서 내리는 위로_드뷔시의 «꿈, L.86»
음악은 베일을 펼치는 꿈. 감정의 표현이 아닌, 감정 그 자체다. 클로드 드뷔시(1862-1918)드뷔시 « 꿈 », 필립 카사르 연주(Naïve, 1995)주문을 걸듯 끝없이 반복되는 왼손 반주 위로 공기를 머금은 투명한 멜로디가 내려앉습니다. 간결한 피아노 소리로 복잡한 일상에 지친 마음을 쓰다듬는 « 꿈 Rêverie »은 19세기 말, 프랑스 인상주의...
View Article새 출발을 산뜻하게 알린 하이라이트
비스트에서의 독립, 프로듀싱을 맡아온 멤버의 탈퇴, 그리고 3년 7개월의 긴 공백기라는 굵직한 사건들을 겪으며 하이라이트는 더욱 단단해졌다. 오랜만에 컴백한 이들은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어쩔 수 없지 뭐'로 이어져 온 밝고 에너지 넘치는 사운드는 잠시 접어두고 차분하게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며 긴 기다림을 겪었던 시간들을 천천히 되짚는다. 화려한...
View Article사운드와 소재의 안락한 일체감, 이이언의 Fragile
이이언은 시간의 흐름에 솔직했다. 밴드 못(Mot)의 8년 공백을 깬 복귀작 <재의 기술>이 5인 체제의 확장된 편성으로 새로운 단상을 기획했듯, 그리고 <Guilt-Free>와 <Realize>가 각각 차가운 일렉트로닉과 따뜻한 어쿠스틱의 온도 차를 가져왔듯 맹목적인 스타일 고수보다는 시대에 적격인 방식으로 여유롭게 형상을...
View Article비비의 20대 삶을 그려낸 짧은 소설
SBS 프로그램 <더 팬>의 준우승자이자 펭수와 타이거JK가 함께한 '펭수로 하겠습니다'로 이름을 알린 싱어송라이터 비비가 2019년 공개한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 이후 2년 만에 발매한 음반이다. 앨범 단위로는 2년 만이지만 그간 독특한 소재를 자신만의 색깔로 재치 있게 풀어내며 '사장님 도박은 재미로 하셔야 합니다',...
View Article[생각의 여름, 글이 되는 노래] 새처럼 새로 날기
알고 있지꽃들은 따뜻한 오월이면꽃을 피워야 한다는 것을알고 있지철새들은 가을하늘 때가 되면 날아가야 한다는 것을- 한영애, ‘조율’(1992) 중에서때가 되면 꽃이 피고 또 철새가 뜬다고 할 때 이들이 그 ‘때’를 어떻게 느낄까 하고 궁금해하여 본다. 각기 줄기와 허공을 찢고 나서는 순간, 새로운 공간 속으로 뛰어드는 순간의 앞에 선 그들은 여행을 앞둔...
View Article차트를 역주행한 팝 9곡
역주행은 차량이 달리는 방향과 반대로 달리기 때문에 위험하지만 음악에서 역주행은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가수나 노래가 뒤늦게 인기를 얻는 걸 의미한다. 그래서 음악계의 역주행은 기분 좋고 안전하다. 그런데 이런 은혜로운 상황이 우리나라에만 있었던 건 아니다. 미국에도 꽤 많은 노래들이 다행히 부활해서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 소개하는 역주행...
View Article화끈한 맛으로 돌아온 엔시티 드림의 본편
엔시티의 청소년 연합 팀으로 출발한 엔시티 드림은 매 앨범마다 한 살씩 성장해가는 멤버들의 타임라인을 고스란히 담아왔다. <We Young>, <We Go Up>, <We Boom>으로 이어진 'We' 시리즈는 청량한 10대 소년의 모습부터 점차 성인이 되어가는 멤버들의 성숙한 변신을 그리는 과정이었다. 어느덧 멤버 전원이...
View Article예측 불가능한 소녀의 세계, 걸 인 레드의 데뷔 앨범
'걸 인 레드 음악 들어'는 성정체성을 은유하는 밈(Meme)이다. 틱톡에서 'I wanna be your girlfriend'가 유행하며 레즈비언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노르웨이 출신 싱어송라이터는 누구나 자신의 음악을 즐길 수 있다며 다른 섹슈얼리티를 가진 사람들까지 포용한다. 데뷔 앨범 역시 이전처럼 퀴어 친화적이지만 더 넓은 팝 시장을 겨냥하고...
View Article고유한 정체성 가운데 일궈낸 오마이걸의 숲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차트를 지키고 있는 히트곡 'Dolphin'과 '살짝 설렜어'로 7인조 걸그룹 오마이걸은 대세의 반열에 올랐다. 그만큼 팬덤 위주의 케이팝 시장에서 <Nonstop>이 일으킨 반향은 엄청났다. 톡톡 튀는 발랄함과 밤하늘을 유영하는 서정적인 이야기로 기반을 다져온 팀에게 전작은 분명 평범한 편이었지만 인지도 상승을 위해 이만한...
View Article사라져가는 아름답고 진귀한 백조의 노래, 에드워드 엘가의 첼로 협주곡 Op.85
에드워드 엘가_ 레지날드 헤인즈 사진(1912)‘우아함’과 ‘장중함’을 음악으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궁금할 때는, 역사적으로 왕실 행사에 사용되었던 곡을 살펴봅니다. 태양왕 루이 14세를 위해 연주했던 장-바티스트 륄리(1632-1687)의 음악이나 궁정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였던 헨리 퍼셀(1659-1695)의 음악이 그 예지요. 너무 멀리 떨어진 시대의...
View Article던밀스 “에너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던밀스는 수많은 대체재가 범람하는 힙합 신에서도 독자성을 얻는 데 성공했다. 개인 작업물을 비롯한 여러 협업으로 독특한 존재감을 피력하고, 각종 미디어 매체에서 활약을 펼치며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본인만의 영역을 꾸려 나갔다. 그가 추구한 노선은 유일무이한 캐릭터를 낳았고, 결과적으로 초창기 레이블의 성장에 실질적인 양분을 제공했다.하지만 성장한 것은...
View Article작곡가와 뮤지션을 오가며 연마한 공예품, 줄리아 마이클스의 2집
화려한 등장이었다. 4년 전 'Issues'로 괄목할 성과를 거둔 이래 현재 팝 시장에서 줄리아 마이클스의 이름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저스틴 비버의 'Sorry'와 에드 시런의 'Dive' 등을 작곡하며 존재를 알렸고 여러 싱글에 피쳐링으로 참여해 입지를 넓혀갔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2019년 서울재즈페스티벌의 기억으로도 익숙한 그에게 제63회 그래미...
View Article쿤디판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빚은 오락용 음악
쿤디판다는 최근 힙합 신에서 가장 돋보이는 행보를 보이는 래퍼다. 1997년생 젊은 뮤지션임에도 몇 년 사이 집적한 확고한 커리어로 슈퍼 루키 이상의 존재가 됐다. 올해 시상한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랩&힙합 음반 역시 정규 앨범 <가로사옥>으로 호평받은 그의 차지였다. 매년 믹스테이프와 컴필레이션 작품을 발매하는, <쇼미더머니...
View Article세인트 빈센트의 교훈 섞인 가족극
미국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세인트 빈센트가 저변을 넓혀가고 있던 2010년 무렵 아버지 리차드 클라크는 주식 조작 등의 혐의로 입건되며 2019년 말까지 수감 생활을 했다. 3집 <Strange Mercy>에서 이 내력을 가볍게 다루긴 했지만 그때는 넋두리에 불과했다. 허나 복역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가장을 마주한 딸은 더 이상 부끄러운 가정사를...
View Article얼라이브 펑크 “고군분투한 시절, 로맨스로 기억하고 싶었다”
2020년을 통틀어 가장 충격적인 앨범 한 장을 뽑으라면, 단연 그 주인공은 <Di-Ana>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다. '가상 악기와 샘플링을 배제하고 모든 소스를 직접 연주'했다는 공격적인 문구 아래, 편리함에 마비되어가는 음악계를 향해 반발감을 당당히 내비친 이 문제적인 작품은 아날로그의 비연속성 색채와 순수한 창작력이라는 통속적인 무기만으로...
View Article자유롭게 풀어낸 비비 렉사의 자전적 이야기, Better Mistakes
'Meant to be'와 'I'm a mess'라는 히트 싱글을 배출했던 메이저 데뷔작 <Expectations>의 흥행은 계속되지 못했다. 이후 비비 렉사는 3년의 공백 기간을 가졌고 조울증 진단까지 받아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다. 인고의 시간을 겪은 그는 비로소 자신의 아픔에 정면으로 맞서며 솔직함을 담은 노래로 극복을 시도한다....
View Article2000년대생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아로새긴 강렬한 눈도장
열여덟 인생에 찾아온 이별의 쓴맛은 지독했다. 디즈니 <하이 스쿨 뮤지컬>의 주인공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전 남자친구 조슈아 바셋의 환승 이별을 저격한 'Drivers license'로 단숨에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거머쥐며 혜성처럼 나타났다. 하이틴 스타들의 삼각관계는 대중의 관심을 끄는데 최적의 소재였고 실연의 아픔을 노래한 발라드의 애절함은...
View Article제이 콜이 남긴 커리어의 유의미한 분기점, The Off-Season
데뷔 14년 차를 맞아 제이 콜의 힙합 신 내 위상은 절정에 달했다. 다섯 장의 넘버원 앨범에 이어 신작 <The Off-Season>도 삽시간에 빌보드 싱글, 앨범 차트를 굴복시키며 그가 일으키는 여파를 체감시키는 중이다. 숱한 신의 강자들 사이에서도 그가 독자적인 존재로 칭송되는 데에는 수준 높은 음악도 음악이지만, 한결같이 의식적이고 성숙한...
View Article가사 없는 아리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K.488, 2악장 ‘아다지오’
오스트리아 빈에서 오페라 “돈 지오반니”의 일부를 들려주는 모차르트, 에두아르드 함만 그림, 오스트리아 국립 도서관 소장천국에는 바흐나 베토벤이 아닌 모차르트의 음악이 연주될 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차르트 음악은 사랑스럽습니다. 단순하지만 온갖 정감을 담아내기에 충분한 선율과 균형 잡힌 형식미는 불안정한 세상에서 우리에게 영혼의 안식처를 제공하지요. 이번...
View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