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내 음악을 출판할 거야 - 파니 헨젤의 피아노 삼중주, D단조 Op. 11(1847)
카미유 클로델, « 성숙의 시대 », 1899프랑스 파리 ‘로댕 미술관’에서 카미유 클로델의 작품을 맞닥뜨린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강력한 운동성과 무릎 꿇은 여인의 절망이 빚어내는 폭풍 같은 에너지에 매료되어 한참을 그 앞에 머물렀지요. 시대를 대표했던 예술가였던 안정적인 로댕은 줄 수 없는 간절하게 분출하는 서정성, 그로 인한...
View Article기타로 하나된 온택트 축제, 제 4회
1일차한국을 대표하는 기타리스트들의 연주 축제 <골든핑거 기타페스티벌>이 어느덧 4회째를 맞았다. 작년부터 계속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올해도 그들의 기타 사운드는 현장이 아닌 라이브 송출 플랫폼 '줌(Zoom)'을 타고 비대면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공연의 규모는 2배로 커졌다. 전년도에 참여했던 6명의 기타 연주자는 물론이고...
View Article척박한 현실을 딛고 성장하는 신예 싱어송라이터, 그리프
2021년 브릿 어워즈의 신인상을 거머쥔 신예 그리프는 중국-자메이카계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영국 중산층 사회에서 차별을 겪은 혼혈 소녀는 앨범 프로듀싱뿐만 아니라 의상 디자인, 독특한 헤어스타일, 뮤직비디오 등 음악 외적 요소까지 활용하여 억눌린 자아를 표출했다. 그 결과물이자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한 데뷔 EP <Mirror Talk>에이어 두...
View Article히포 캠퍼스의 자유로운 연구 일지, Good Dog, Bad Dream
2014년 미네소타주 한 예술학교에서 의기투합한 인디 록 밴드 히포 캠퍼스의 강점은 결성 이래 꾸준히 내뿜은 젊은 활력이다. 스쿨 밴드 시절부터 단단하게 연마한 내공을 집결시킨 데뷔 EP는 팬들의 관심을 끌었고 매력적인 선율로 무장한 인디 팝 밴드의 등장에 입소문은 빠르게 번졌다. 해당 나이대만이 느낄 수 있는 순수한 에너지를 녹여낸 2017년 첫 번째...
View Article대중성과 고유성 사이 평형감각, 아도이의 Her
개러지 록을 구사했던 이스턴 사이드킥과 일렉트로닉 록밴드 프럼 디 에어포트라는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배경의 뮤지션들이 만나 결성한 신스팝 밴드 아도이는 지난 4년간 1장의 정규 앨범과 2장의 EP를 발표하며 트렌디한 국내 밴드 음악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독창성과 대중성을 함께 포용해온 그간의 결과물들이 '커머셜 인디'로 일컫는 그들의 지향점을...
View Article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세 편의 음악 다큐멘터리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지난 8월 17일 막을 내렸다. 음악 콘서트를 비롯한 다양한 오프라인 콘텐츠를 자랑하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팬데믹이 야속했고 조성우 집행위원장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대폭 축소된 오프라인 행사의 빈자리를 양질의 선정작으로 메웠다.'고 표현할 만큼 이번 제천영화제의 선정 작품은 탄탄했으며 한국 독립영화부터 해외...
View Article강렬한 햇빛 아래 담아낸 자연주의 메시지, 로드의 Solar Power
틴에이저의 당찬 자기표현과 솔직한 사랑 서사를 독보적인 색깔의 음악과 함께 거침없이 드러냈던 로드에게는 팝스타로서의 혼란과 차기작에 대한 부담, 슬픈 개인사가 연달아 찾아왔고 그는 4년간 자취를 감추었다. 긴 공백기는 남극 탐사를 다녀오는 등 대자연에서의 심적 치유를 경험하는 시간이 되어 주었으며 마침내 태양의 강렬한 에너지를 품은 <Solar...
View Article소울 레전드의 정신을 이어받은 제니퍼 허드슨
2006년 <드림걸스>(Dreamgirls)의 히로인 제니퍼 허드슨(Jennifer Hudson)이 돌아왔다. 소울 음악의 여왕(Soul Queen)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의 사후 연기를 위해서다. 전설의 가수를 극적인 틀에 담아낸 전기 영화에서 그는 아레사의 분신이라 할 만큼 주인공을 온전히 체화해냈다. 오스카와 그래미상을...
View Article고통을 잠시 내려 두는 시간, 헨리 퍼셀의 “음악이 잠시 동안 Music for a while(1692)”
웨스트민스터 사원 내부 전경, 프랑스 국립 박물관 소장헨리 퍼셀(1659-1695)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나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헨델(1685-1759)와 함께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입니다. 퍼셀은 1659년 런던에서 태어났습니다. 올리버 크롬웰(1599-1658)이 이끄는 청교도 공화국이 끝나고 찰스 2세(1630-1685)가...
View Article최고의 보컬리스트 아레사 프랭클린
과거나 지금이나 아레사 프랭클린을 수식하는 단어는 경이로움이다. 동시대를 빛낸 수많은 디바 가운데서 여왕의 칭호를 누린 것은 물론, 오늘날까지 최고의 보컬리스트 중 하나로 꾸준히 호명되는 것은 그의 존재가 어느덧 시대의 '가치'를 초월한 불변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독보적인 성량과 음역으로 장르의 부흥기를 견인하고 흑인과 여성의 존중을...
View Article회개의 성화의 언약, 카니예 웨스트의 Donda
인생이 시험의 연속이었다. 도널드 트럼프를 향한 열렬한 사랑과 그의 몰락, '노예제도는 선택이었다' 망발과 직접 출마한 2020년 대선. 테일러 스위프트와 질긴 싸움과 탈진으로 인한 입원, 킴 카다시안과 이혼까지. 어디서부터 콕 집어 이야기하기 어려울 만큼 카니예 웨스트는 숱한 기행과 사건으로 스스로 자초한 논란 속 씨름을 이어왔다. 아티스트는 음악으로...
View Article뚜렷한 정체성의 케이팝 신예, 스테이씨의 첫 EP
걸그룹 전담 히트메이커 블랙아이드필승의 공식은 이번에도 통했다. 씨스타, 에이핑크, 트와이스 등 유독 여자 아이돌과의 탁월한 상성을 보여왔던 그는 지난해 6인조 걸그룹 스테이씨를 기획했고 이들은 'So bad'와 'ASAP' 단 두 곡만으로 빠르게 입지를 다졌다. 특히 'ASAP'이 중독성 강한 후렴구와 안무 챌린지로 인기를 끌면서 이들은 케이팝 4세대를...
View Article캘리포니아 밴드 레이니가 선사하는 댄서블한 레트로 감성
로스앤젤레스(LA)와 뉴욕(NY)의 앞 글자를 가져온 캘리포니아 출신 3인조 밴드 레이니(LANY)는 2014년에 결성한 이후 모두 4차례의 내한공연과 'Malibu nights'와 'Cowboys in LA' 같은 레트로 감성의 곡들로 한국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20년 10월에 나온 3집 앨범 <Mama's Boy>가 빌보드 앨범차트...
View Article1980년대 음악의 신호탄을 쏘아올리다, 영화
1976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코러스 라인>(A Chorus Line)의 노래 'Nothing'에 뉴욕 공연 예술고등학교(New York High School of Performing Arts)를 언급하는 대목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제작자 데이비드 드 실바(David De Silva)는 앨런 마샬(Alan Marshall)과 함께 8백 5십만...
View Article활력을 갖춘 복고풍 음악의 향연, 정글의 Loving In Stereo
전 세계 음악 시장의 트렌드가 복고로 향하기 전인 2013년, 당시 20대의 영국 백인 청년 조쉬 로이드 왓슨과 톰 맥팔랜드가 몰두한 프로젝트는 1970년대의 디스코 음악이 중심이었다. 1990년대 애시드 재즈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었던 그들은 펑크(Funk)와 디스코를 기반으로 수십 년 전 그루브를 세련되게 재해석해 사운드의 신구 조화를 주무기로 삼았다....
View Article색다른 단편 영화의 완성, 넬의 정규 9집
문명사회와 단절되어 자신만의 언어를 구사하던 영화 <넬(Nell)>(1995)의 주인공처럼 동명의 밴드 넬 역시 그들만의 음악적 어휘로 세상과 소통했다. 초기에 거칠고 과장된 면이 있었음에도 특유의 우울한 정서에 공감하는 팬들은 물론 묵묵히 함께 해온 멤버들과 다져온 유대를 통해 젊은 시절의 응어리는 세련된 모습으로 정제되었다. 22년이란 긴 세월...
View Article이하이, 가공의 정체성을 깨고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다
YG 시절 '보석함'이라는 타이틀이 누구보다 잘 어울릴 정도로 앨범 발매 텀이 길었던 이하이는 AOMG로 소속사를 옮긴 후 비교적 활발한 음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바버렛츠 안신애와의 합작품 '홀로'와 'For you'를 연달아 공개했으며 크러쉬, 그레이와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하는 등 뮤지션으로서 이전보다 자유로워진 행보를 보였다. 일 년간의 예열을...
View Article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바람을 버티는 나무 몸통처럼, 프레데리크 쇼팽의 "녹턴"
폴란드를 회상하는 쇼팽, 얀 스티카 판화(1920), 프랑스 국립 도서관 소장폴란드 태생 프레데리크 쇼팽(1810-1849)은 우울하고 변덕스러우며 병약했지만, 시적이고 영감이 가득했던 낭만 음악의 상징과도 같은 작곡가입니다. 서른아홉에 결핵으로 세상을 뜨기까지 행복과 우울, 양극단 사이를 미묘하고 섬세하게 미끄러진 예술가였지요. 1830년, 쇼팽이 음악을...
View Article가수 양진석 “음악은 일기라고 생각한다”
과거 MBC 예능 프로그램 <러브 하우스>에 출연했던 양진석은 건축가이기 전에 가수다. 1988년 '노래그림'이란 4인조 그룹으로 데뷔했던 그는 건축 유학을 위해 팀을 그만두게 됐지만 귀국 후 1995년부터 다시 개인 앨범을 발표하며 음악 생활을 이어갔다. 작품의 성패와 상관없이 꾸준히 작업을 이어오던 그가 10년 만에 정규 앨범 <Barn...
View Article안정적인 전환점을 정착하다, 권은비의 Open
해산한 아이즈원의 멤버였던 권은비가 가장 먼저 솔로 활동을 개시했다. 같은 소속사 선배 인피니트의 성규와 우현, 러블리즈의 케이가 그린 궤적을 따라가려는 그의 의도는 음반의 기획부터 작사, 안무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해 데뷔앨범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아이즈원 활동을 마무리하며 발표한 자작곡 '평행우주'의 작업에서 도움을 받았던 정호현 작곡가가 이 음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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