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 야심을 택한 영국 밴드 스트랭글러스
1977년에 데뷔한 영국 밴드 스트랭글러스는 난해한 아트 록과 과하게 장식된 글램 록의 반발에서 탄생한 퍼브 록으로 여러 포스트 펑크 밴드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확립했다. 멜로디가 선명하지 않은 까끌한 소리와 히트 싱글의 부재로 국내엔 알려지진 못했지만 반세기 가까운 기간 동안 23곡을 UK 차트 40위권 내에 진입시키며 역사를 이어왔다. 2012년도 음반...
View Article신시사이저의 광채에 스릴러를 적시다, 처치스의 Screen Violence
스코틀랜드 출신 3인조 신스팝 밴드 처치스의 등장은 화제에 가까웠다. 이 신인의 주 화법은 과거 라 루로 시작해 당시 퓨리티 링과 그라임스에게서 방법론적으로 계승되던 '정제되지 않은 과잉의 신시사이저'와 그 위로 얹히는 '카랑카랑한 여성 보컬'의 조합이었지만, 폭발적 인기의 정확한 근원은 독창적인 멜로디 메이킹으로 점칠 수 있었다. 선율과 청량감을 무기로...
View Article네미시스 하세빈 "꾸준히 내 음악을 하는 것 자체가 행복"
우리는 2000년대 초반, 노래방을 휩쓸었던 '베르사이유의 장미'와 '솜사탕'을 기억한다. 두 대표곡이 대변하듯 클래시컬 록이라는 독자적인 깃발을 흔들면서도 대중성을 놓지 않은 밴드 네미시스가 있고 그 중심에는 기타리스트 하세빈이 서 있다. 네미시스의 대다수 수록곡이 그의 손에서 시작되었는가 하면 특정 장르에 머무르지 않는 다양성을 추구하고 이러한 열정이...
View Article릴 나스 엑스, 정면돌파를 꿈꾸다
2019년 'Old town road'로 릴 나스 엑스가 전 세계 음악 신을 강타할 때 그의 장기 집권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어느새 음악 세일링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틱톡(TikTok) 등의 바이럴 마케팅이 크게 작용해 만든 빌보드 싱글 차트 19주 연속 1위란 새역사가 그저 시대와 시류가 우연히 만나 빚어진 결과로 읽혔기 때문이다. 소위...
View Article개방과 확장으로 영생을 꿈꾸는 엔시티 127
물음표 섞인 갸우뚱거림이 서서히 리듬을 타는 순간, 다국적 보이그룹 엔시티의 핵심 가치인 '네오(Neo)'가 뇌리에 박힌다. 생소한 감각에 대한 정의는 여전히 불명확해 거리감이 느껴지나 지난해 엔시티 127이 'NCT #127 Neo Zone'으로 대중에 한 발짝 다가서며 그 간격을 좁혔다. 기세를 이어 엔시티는 시대를 넘나드는 음악으로 두 번째 단합 대회...
View Article음악으로 새롭게 느끼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 비발디와 막스 리히터의 “사계”
바실리 칸딘스키, 바비에르의 가을, 1908, 퐁피두 전시관 소장계절을 예측하기 어려워진 시절을 살고는 있지만, 여전히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세상을 사는 모든 이에게 유사한 경험과 기억을 제공하는 강력한 이미지를 가졌습니다. 새싹이 파릇하게 돋고 꽃이 피는 봄, 청명한 소나기와 강렬한 햇빛이 눈부신 여름, 풍성한 곡식과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화려한 가을,...
View Article메타버스 돌풍 속 대중음악
2018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모든 상상을 현실로 바꾼다. 극심한 빈부격차로 사람들이 신음하는 2045년 지구, 척박한 일상 속 가상 세계 '오아시스'만이 피난처다. 이곳에서 유저들은 실제로 만나본 적 없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게임에 참가하며, 고전 영화를 배경으로 한 퀘스트와 대중문화 속 전설적인 캐릭터를...
View Article찬란한 위태로움 속 피워낸 푸른 색채, 김뜻돌의 Cobalt
'돌 하나에도 뜻이 있다'라는 뜻을 가진 싱어송라이터 김뜻돌은 세상의 모든 마음을 소재로 자유로운 음악을 선보인다. 작년 발매한 첫 번째 정규작 <꿈에서 걸려온 전화>는 자신의 무의식을 집중 조명한 작품으로 내면세계의 깊은 곳까지 침투해 솔직한 감정들을 포착했다. 록, 포크, 재즈 등 틀에 박히지 않고 넓은 스펙트럼의 사운드를 한데 모은 데뷔...
View Article자유분방함과 유연성을 동력 삼다, 호주 밴드 폰드의 9집
21세기의 네오 싸이키델리아는 호주가 꽉 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멀록스와 테임 임팔라, 킹 기저드 앤드 리저드 위저드 같은 호주 출신 밴드들은 1960~1970년대 사이키델릭 뮤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하나의 조류를 형성했다. 퍼스 출신의 14년 차 밴드 폰드 역시 우주에 접속하는듯한 소리샘과 그에 상응하는 4차원적 가사로 위 대열의 한 축으로...
View Article있지의 Crazy In Love, 초심으로 돌아가다
'달라달라'로 쾌조의 출발을 알렸던 있지의 여정은 순탄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그러나 난해한 사운드로 글로벌 시장을 노렸던 <Not shy>부터 조금씩 경로를 이탈하더니 주체적이고 당당한 '나'에서 '마피아'라는 특정 타자로 분했던 <Guess Who>에서는 방향의 좌표마저 잃어버린 모습이었다. 그룹을 지탱해 온 정체성마저 흔들리는 혼돈의...
View Article프루던스 “청춘이 키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Young'이라는 개념엔 왠지 모르게 엄청난 악센트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점점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어린 가수들이 마음껏 그들의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음의 찬가를 들고 나타난 신인 혼성 그룹 프루던스의 등장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복고적인 감성과 현대적인 질감을 적절히 버무려 비슷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팀들은 많지만...
View Article본디 계절로 돌아온 레드벨벳의 Queendom
오랜 기다림이었다. 레드벨벳은 2019년 연말 'Psycho'로 최고의 히트곡을 만들어냈으나 거듭된 난항을 겪으며 1년 8개월이라는 긴 공백을 보냈다. 하지만 본디 그들의 계절이라 할 수 있는 여름을 복귀 시점으로 택하며 '빨간 맛', 'Power up', '음파음파'로 이어져 왔던 흥행 가도를 잇고자 한다. <Queendom>은 어느덧 데뷔...
View Article전소연의 음악적 자아 개척기, Windy
(여자)아이들의 데뷔곡 'Latata'를 시작으로 전 타이틀곡의 작곡을 담당하며 일찍이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키워온 전소연이 솔로로 나섰다. 그동안 창작의 방향성이 그룹 멤버들의 특성에 맞춰져 왔다면 첫 솔로 앨범 <Windy>는 온전히 그의 취향과 특색에 중점을 두며 스물넷의 전소연을 솔직하게 표현한다.'Latata', 'Uh-oh',...
View Article역주행에 대한 감사의 응답, 투피엠의 MUST
추억의 그룹을 재소환했던 역주행에 대한 응답이다. '10점 만점에 10점', 'Again & again', 'Heartbeat'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배출하며 2000년대 후반 아이돌 열풍을 주도했던 투피엠은 멤버들의 군 입대와 개인 활동으로 조금씩 대중에게서 멀어졌다. 하지만 2015년에 발매한 '우리집'이 유튜브를 기반으로 뒤늦은 인기를 얻으며...
View Article붓으로 선을 긋듯이, 윤이상 “예악(1965)”
영화 〈컨택트(2016)〉 영화 〈컨택트(2016)〉를 기억하시나요? 테드 창의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기반한 영화였지요. 지구에 도착한 외계인과 소통하기 위해 그들의 언어 체계를 해독하고 이해하며 상대와 자신을 알아가는 언어학자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분절된 기호를 사용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언어를 구사하는 인간은 이해하기 힘든 외계인의...
View Article한 시대를 이끌어갈 천재의 등장, 카니예 웨스트의 'The College Dropout'
대중이 그의 이름을 알지 못하던 2000년대 초, 카니예 웨스트는 칼을 갈고 있었다. 1990년대 중반 프로 활동을 시작해 로카펠라의 스태프 프로듀서로서 신생 레이블의 도약을 도모하며 업계의 제일가는 작곡가로 성장한 그이지만, 그 이상을 꿈꿨다. 제이 지의 <The Blueprint>, 앨리샤 키스의 'You don't know my name' 등...
View Article화끈한 포획 성공, 언오피셜보이와 하이프하이프의 합작 앨범
방정맞은 행실 뒤 빼어난 음악성을 감추고 있었다. 물론 그가 수준급의 랩 실력을 갖췄음에 의문을 제기한 이는 없었지만 이토록 감각적인 앨범은 분명 기대 이상이다. 언오피셜보이는 <고등래퍼>에서 최초 모습을 드러내 강렬한 옷차림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뒤 <쇼미더머니 777>에서 특유의 자신만만한 태도로 주목받았다. 단숨에 신의 화제...
View Article영화를 통한 두 명인의 영적 결합, 안드라 데이의 빌리 홀리데이 OST
위대한 재즈 가수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의 음악과 인생을 스크린에 투영한 영화 <빌리 홀리데이>(The United States vs. Billie Holiday)는 2021년 2월에 개최한 골든 글로브(Golden Globe)에서 안드라 데이(Andra Day)가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품에 안음으로써 크게 조명받았다. 또한...
View Article라이브로 기록하다,
한국 대중음악의 거대한 물줄기와 같은 '동아기획', 청춘의 소리를 대표하는 대학로 '학전 소극장'. 두 음악 공간을 거쳐온 뮤지션 8팀(김현철, 장필순, 조규찬, 박학기, 함춘호, 동물원, 여행스케치, 유리상자)이 <아카이브 K-ON> 콘서트에 모여 8090년대의 역사를 불렀다. 10월 22-23일, 한남동 블루스퀘어는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그...
View Article차세대 SMP의 이상향, 에스파의 Savage
SM 엔터테인먼트의 역사는 실재하는 우주의 변천사와 평행을 달린다. 수많은 스타들이 탄생하고 소멸했지만 그들의 파편은 지금까지도 가요계를 수놓고 있다. 허공에 흩뿌려진 유산은 팽창의 자양분이 되어 2020년 마침내 일원화된 신세계 SMCU(SM Culture Universe)를 창조했다. 그 과정에서 선배들의 에너지를 흡수하며 태어난 거대 세계관의 주인공이...
View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