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 않아 독보적인 캐릭터, 메간 더 스탈리온
절대 강자의 부재 하에 영미권 2020년대 여성 래퍼 지형도에는 긴장이 가득하다. 꾸준한 생명력의 니키 미나즈와 유쾌함과 파격을 두루 갖춘 카디 비의 양강 구도 사이 도자 캣이 화려한 비주얼로 빠르게 영역을 넓혔다. 트렌디함을 겸비한 'Best friend'의 스위티(Saweetie), 'Fantasy'를 샘플링해 원곡자 머라이어 캐리까지 대동한 'Big...
View Article기성세대 향수의 응어리를 풀다, 38년만의 송골매 합동 공연
관객들은 모처럼 80 레전드 무대의 흥분에 젖었다. 송골매의 구창모와 배철수. 1982년 송골매 2집 앨범에서 1984년 4집 녹음 때까지의 짧았지만 찬란했던 시절 둘의 재결집은 가슴 속 저 깊은 밑바닥에 눌러놓았던 음악의 환희와 청춘 '리즈 시절'에 대한 참을 수 없는 향수를 끄집어내게 만들었다. 복고의 영역에서 이러한 만족스런 결과를 달성한 '주술감응'...
View Article꾹꾹 눌러 쓴 김새녘의 기억, 추억, 시간
김새녘의 음악을 완성하는 것은 나른한 기타 톤과 빼곡히 써 내려간 가사, 그리고 목소리다. 써놓고 보니 훌륭한 음악이 공통으로 지닌 요소들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의 첫 번째 음반 <새빛깔>은 자꾸만 묻고 싶은 것들을 만든다. 음악과 비슷한 느낌을 가진 '새벽'과 활동명 '새녘' 사이 의도한 연결 고리가 있는 것인지... 기쁜 사랑보다는 슬픈...
View Article두번째 앨범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다진 '키(KEY)'
랩과 보컬을 능수능란하게 오가는 재주꾼 '키(Key)'는 누 디스코, EDM을 경유했던 첫 번째 정규 앨범 <Face>로 무게감 있는 시작을 알렸다. 중성적인 콘셉트와 패션과 드라마, 뮤지컬을 아우르는 다재다능으로 정체성을 다졌다. 4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앨범 <Gasoline - The 2nd Album>은 탄탄한 음악과 자주성으로...
View Article비욘세, 하우스 르네상스의 재도래
'팝의 여왕'이란 칭호는 순수한 퍼포먼스나 보컬 실력과 더불어, 후대를 견인할 기준점과 영향력을 제시할 수 있는 초월성에서 기인한다. 갑작스레 등장해 오감을 직격한 즉발성 팝 컬렉션 <Beyonce>(2013)와 예술과 상업의 합일을 일군 무결점 명반 <Lemonade>(2016). 이 두 작품이 비욘세를 지금의 절대적 위상에 오르게 한...
View Article속 감각하는 음유 시인, 밥 딜런
시대의 음유 시인 '밥 딜런'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난해한 가사, 쉬이 멜로디를 캐치하기 어려운 노래들, 별다른 설명과 해석을 달지 않는 밥 딜런 본인의 성격까지 그의 음악 앞에 자리한 장벽은 공고하다. 그럼에도 밥 딜런은 활동명(실제 이름은 '로버트 짐머만'이다)을 제목으로 내세운 첫 번째 정규 음반 <Bob Dylan>(1962) 이후,...
View Article꿈을 좇는 소년들, 에이티즈
쉴 새 없는 질주를 이어가는 중이다. 2018년 그룹의 시작을 알린 'Treasure' 시리즈에 이어 'Fever' 시리즈까지 하나의 주제를 여러 개의 미니 앨범으로 나눠 3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총 아홉 장의 음반을 발매했다. 일관된 기획으로 '여덟 명의 멤버들이 뭉쳐 꿈을 좇는다' 라는 소년 만화적 서사를 확장 중인 에이티즈가 <The World...
View Article스티브 레이시의 투명한 자기 고백
MBTI와 혈액형 이전에도 사람들은 성격과 운명을 풀이해줄 해설서를 갈구했다. 동양권에 십이간지 띠와 사주팔자가 있다면 서양에서 그 역할은 타로 카드, 그리고 밤하늘 별자리의 몫이다. 5월 23일생 스티브 레이시는 변덕스럽고 이기적인 만남과 이별의 일대기를 쌍둥이자리의 속성인 자유와 방랑 정신의 탓으로 돌린다. <Gemini Rights>는...
View Article지코, 재도약의 발판 위에 선 '허슬하는 래퍼'
2년간의 공백기를 거친 지코의 칼끝은 과거를 가른다. 국가의 의무를 다하고 난 후의 복귀작은 담대한 구상을 세우는 대신, 연혁을 훑으며 정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무대를 휘어잡던 아이돌, 힙합 경연 쇼미더머니 최연소 프로듀서를 지나, 직접 창립한 소속사 KOZ의 수장까지, 이미 '다 자라난 아이'는 잔뼈 굵은 명함들을 모아두며 잠시 숨을 고른다.언더그라운드...
View Article데인저 마우스 &블랙 소트, 사운드와 스토리텔링을 제련하다
소울 듀오 날스 바클리에서 활동했던 프로듀서 '데인저 마우스'가 이번엔 더 루츠의 리드 엠씨 블랙 소트와 함께 힙합 듀오로 돌아왔다. 과거의 사운드를 변용하는 데에 재능을 보여왔던 만큼 강한 붐뱁 비트와 거친 믹싱으로 1990년대의 감성을 떠올리게 하고, 여기에 현대적인 세련미를 더했다. 둘은 함께 앨범을 만들 계획을 10년 넘게 가지고 있었다. 오랜 시간의...
View Article2010년대 이후, 당신이 기억해야 할 K팝 댄스 트랙
예전부터 음악 마니아들과 평론가들은 댄스 음악을 무시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몸을 격렬하게 흔드는 건 경박하고 저질스럽다고 생각하는 유교 문화 때문이고, 둘째는 클래식 음악을 우선시 하는 잘못된 음악 교육, 그리고 셋째는 현재 댄스 음악의 바탕이 그토록 멸시했던 흑인의 음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춤은 음악, 미술과 함께...
View Article한국 대중음악계의 선구자, 변성복 스튜디오 엔지니어 인터뷰
변성복 감독은 1990년대 대중음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핑클, 젝스키스, 델리스파이스, 디제이 디오씨, 소찬휘, 쿨, 소향 등이 그의 손과 귀를 거쳐 갔다. 광화문 스튜디오에서 19년 동안 활동하며 엔지니어와 프로듀서로서 입지를 다졌으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우송정보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고, 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취득하며 최근에는 '비욘드...
View Article픽시스, 혁명에서 낭만으로
1988년부터 1991년까지 픽시스는 절륜했다. 이 시기에 내놓은 넉 장의 스튜디오 앨범 <Surfer Rosa>(1988), <Doolittle>(1989), <Bossanova>(1990), <Trompe le Monde>(1991)는 미국 인디록의 보석으로 남았다. 사나운 소리에 아름다운 선율을 버무린 음악은...
View Article노련한 성숙미와 단호한 결단력으로 무장한 예예예스
뉴욕 땅에서 솟아난 예예예스에게 라그라노크는 종말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괴성과 파멸적인 기타 연주로 점철된 정규 데뷔 앨범 <Fever To Tell> 이후 밴드의 커리어는 전소해버리고 남은 뼈대에 살을 덧대는 작업이었다. 손에 잡히는 선율을 도입한 <Show Your Bones>, 신시사이저 외피를 두른 <It's...
View Article검정치마의 '사랑 3부작' 중 마지막 연작
2008년, 어느 날 갑자기 인디씬에 등장한 검정치마는 데뷔작 <201>의 수록곡 '강아지'에서 '시간은 29에서 정지할 거야 라고 친구들이 그랬어 / 오 나도 알고 있지만 내가 19살 때도 난 20살이 되고 싶진 않았어'라고 노래한다. 그리고 2022년, 스스로 '사랑 3부작'이라 이름 붙인 <TEAM BABY>(2017),...
View Article오감을 자극하는 비오의 첫 미니 앨범
매해 '이번 <쇼미더머니> 시리즈의 우승자는 누가 될까?'는 힙합 신을 넘어 가요계의 화두이다. 지난해는 빠른 랩으로 임팩트를 남긴 조광일이 그 주인공이지만 실질적 수혜자는 '카운팅 스타' 단 다섯 음절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킨 비오다. 경연이 끝난 이후에도 각종 미디어를 종횡무진하며 차세대 랩스타에 걸맞는 활동량을 보인 그가 첫 번째 미니 앨범...
View Article이채연 솔로 데뷔…복고풍에 미래를 담다
아이즈원이 해산하고 1년 6개월 만에 솔로로 데뷔한 이채연은 의도치 않게 한 팀의 멤버였던 친구들과 경쟁한다. 권은비, 조유리, 미야와키 사쿠라와 김채원이 속한 르세라핌, 안유진과 장원영이 있는 아이브의 일본 데뷔, 그리고 일본에서는 혼다 히토미가 있는 AKB48의 컴백 시기와 겹치면서 2022년 10월의 이른바 '아이즈원 대전'에 참전하게 된...
View Article90년대 팝 비트에 슬기의 보컬을 얹은
레드벨벳의 연이은 솔로 분화다. 다년간 갈고 닦은 뮤지션으로서의 역량을 이번 EP에 아낌없이 담아낸 슬기가 홀로서기를 향한 밑거름을 뿌린다. 콘셉트 소화력, 보컬 연주력, 뉘앙스 표현력, 비주얼 등 K팝 아티스트에게 필요한 능력들을 고르게 가지고 있는 그인 만큼, 음반의 종합적인 매력이 충분하다. 하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에서 멈추며, 안전함을...
View Article모던과 레트로의 교차점에 선 SG 루이스
복고주의가 공고해진 이상 방법론이 중요해졌다. 어떠한 프로덕션으로 이질감을 최소화하느냐가 소통의 열쇠. 모던과 레트로의 교차점을 꿰뚫은 SG 루이스는 29세 나이가 무색하게 노련하다. 과거의 음악을 현대화한 두 번째 정규 앨범 <Audiolust & Higherlove> 속 음파는 파도 위 서퍼처럼 자유롭고 감각적이다.SG 루이스는 제시...
View Article[특집] 디스크자키의 별이 지다 - 고 최동욱 DJ
한국 최초 방송 DJ 고 최동욱 1960년대 당대 유행에 민감한 음악 팬들이 챈태이스(Chantays)의 곡 '파이프라인'을 상식화한 것은 1980년 언론 통폐합 이후 사라진 동아방송(DBS)의 라디오 프로그램 <탑튠쇼>에 의해서였다. 미국 서부 지역의 트렌드였던 서프 뮤직 부상의 정점을 찍었던 이 1962년 히트 연주곡을 시그널 송으로 채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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